• 최종편집 2024-04-12(금)
 


"컨트롤 타워도 없고 회의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한다."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마친 대한의사협회 염호기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방역 대응에 내린 평가다. 

염 위원장은 정부가 '과학방역'을 내걸었지만 "실제 그렇게 하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과학방역 주체로서 질병관리청에 권한을 주고 이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오후 9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7만497명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4만5,418명 늘어난 수치다. 일주일마다 확진자가 두 배씩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지난 13일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방역대책은 '자율방역'으로 요약된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거리두기와 4차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핵심이다. 반면, 영업시간과 인원수 제한 같은 일상 제약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18일 열린 당정협의체에서도 이런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일상 제약 없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한 '과학방역'을 펼치기로 했다. '정치방역'으로 규정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염 위원장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문가와 보건복지부가 협의해 감염병 대응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의도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면서 이를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방역 기조였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런 '정치방역'을 지양하고 '과학방역'을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에 "그것조차 없다"는 것이다. 염 위원장은 정부 의향에 맞춰 "(공무원들이) 뭐라도 보고하려고 회의도 잡고 자료도 만들던" 모습을 이번 정부에서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정부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으로라도 열리던 전문가 회의가 사라지고 질병청과 복지부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자문 기구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가 있지만 지난 11일에야 첫 번째 회의를 마쳤다.

컨트롤 타워 역할 못하는 질병청…"제대로 힘 실어줘야"

질병청이 과학방역 주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정은경 전 청장에 이어 백경란 청장이 취임하며 의사 출신 감염병 전문가가 연이어 컨트롤 타워를 맡았지만 "공무원 사회 분위기와 정치적인 자리"인 탓에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 중심 과학방역 실현을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을 몇 번 봤다. 대통령은 컨트롤 타워에 위임할 의지가 있어보였다. 그럼 확실히 위임을 하고, 책임자가 치고 나와서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시스템'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니 책임자가) 눈치만 보고 있다."

한편으로 백 청장에게도 컨트롤 타워로서 감염병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길 주문했다. 염 위원장은 "한 나라 질병청장이면 감염병 관리의 최고 적임자이자 책임자다. 옳은 방향이라면 밀고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전문가단체 간 공식적인 협의체 구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기적인 공식 협의체의 존재는 단지 정부 필요에 따라 열리는 회의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염 위원장은 "백 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책에 대해서 의협이 100%, 200% 돕겠다'고 전했다"며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는 (정부의) 편의가 아닌 제도적 차원에서 전문가와 소통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의료 대응은 중환자 진료 체계 정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BA.5 변이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보다도 중증도가 낮은 만큼 과도한 우려 대신 개인 감염 예방 수칙을 준수하고 집단감염 등 전파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에 대한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염호기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과의 일문일답.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염호기 위원장은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일반 진료 체계 회복을 준비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해 중환자 진료 체계를 정비하고 국민에게 개인 방역 강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염호기 위원장은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일반 진료 체계 회복을 준비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해 중환자 진료 체계를 정비하고 국민에게 개인 방역 강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했다.

- 의협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난 활동을 되돌아본다면.

정부 기관과 엇박자도 있었고 전문가 의견을 전달하는데 확실히 한계가 존재했다. 무엇보다 중환자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 중환자실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중환자의학회와 함께 정부에 강력히 이야기했는데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 정책 입안자도 나름 노력했는데 그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중환자 병상 순위 선정 전례도 이 시기에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중환자 병상 부족 사태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병원마다 일정 퍼센트(%) 할당은 임시방편이지 국가적인 대책이 아니다. 병상도 인력도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할 예비 부대가 필요하다. 중환자 병상 하나에는 이를 담당할 전문의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식사와 위생까지 병원 모든 시스템이 포함돼 있다. 평상시 여유 자원을 준비하고 유사시 누가 '소집'돼 어떤 역할을 맡을지 사전 계획이 수립됐어야 한다. 

- 18일 50대 이상 4차 접종이 시작됐다.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반응이 많은데.

백신 감염 예방 효과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중증화 예방 효과가 있다. 백신 효능은 부작용을 훨씬 앞선다. 50세 이상으로 부작용이 없었고 본인이 힘들지 않았다면 4차 접종을 해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부작용이 있던 경우는 다른 백신을 선택할 수도 있다. 중증도가 낮기 때문에 50세 미만은 (접종하지 않아도) 걸려도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본다. 

-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 진료 체계로 전환에 대한 생각은.  

의사와 국민 90% 이상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질병청이 일반 진료 체계로 전환한다고 결정했으면 해야 한다. 근데 안 하고 있다. (질병청이) 실행 방안과 지원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여론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옳다고 생각하면 담대하게 이끌고 나가야 한다. 

- 재택치료자 본인부담금 지원도 종료됐다. 이 시점에서 적절한 조치라고 보나.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코로나19 환자 약 98%가 무증상이나 경증인데 여기 재정을 쏟느라 중환자 치료와 꼭 필요한 고가 치료제 확보가 부담스러운 형국이 됐다. 이상한 행정이고 낭비다. 앞으로는 후유증과 합병증 등 코로나19로 재난적 의료비를 지출하게 된 환자를 지원해야 한다.

- 최근 원숭이두창 유행 우려가 크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원숭이두창은 성병 일종이다. 성접촉이 없으면 감염될 확률도 거의 없다.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언한다면. 

우리 스스로 조금씩 조심해야 한다. 개인이 예방 수칙을 지켜야 집단감염도 예방한다. 무엇보다 아프면 쉬는 사회가 돼야 한다. 정부가 이를 제1원칙으로 삼고 지키게 해야 한다. 감염이 의심되면 우선 1~2일 지켜보고 확진이면 7일 격리 후 3일간 마스크를 더 철저하게 써야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중환자 진료 체계만 더 갖추면 좋겠다. 다만 (정부가) 잘못된 메시지는 주면 안 된다. 방역 상향은 필요하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도 아무도 안 따를 것이다. 그래도 메시지는 확실히 줘야 한다. 유럽은 이미 (수위를) 올렸다. 할 건 하고 지킬 건 지키면서 조심하면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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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방역' 한다던 정부에 "아무것도 안 한다" 전문가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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