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재추진 목소리를 높이며 ‘위로부터 솔선하는’ 준법투쟁을 선언했지만, 간호 현장에서는 되레 간호 관리자와 간협이 투쟁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간협은 지난달 18일부터 현장 준법투쟁을 선언하고 면허 외 불법업무지시 거부와 면허반납운동, 연차를 활용한 단축 근무 등을 독려하고 있다.
더불어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통해 '간호사가 수행하면 불법이 되는 업무 리스트'에 해당하는 업무 행위를 지시받았거나 목격한 경우 신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간협은 신고센터에 접수된 건 중 일부를 공익신고할 계획이다.
간협은 관련 내용을 담아 5월 18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 1,800여개의 의료기관의 의료기관장과 간호부서장에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정작 의료 현장의 일부 간호사들은 윗선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간호 관리자들과 간협이 보다 강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남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A간호사는 “간협에서 준법투쟁을 진행한다고는 하는데 주변에 참여하는 사람이 없다”며 “준법투쟁 관련 이미지를 개인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해두는 정도의 움직임만 나오고 있다. 간협에서 공문을 돌렸다고 들었는데 간호부에서 아무런 지시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A간호사는 “간호 관리자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아쉽다. 간협 차원에서 간호 관리자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협회 지부에서 전국 병원에 현장 순회를 도는 방식으로 간호 관리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피력했다.
인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B간호사는 "간협이 준법투쟁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요양병원에서는 무소용"이라며 "간호법 관련 투쟁이 주로 급성기병원과 대학병원 위주로만 얘기되고 있는데 요양병원에도 눈길을 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자체적으로 민트색 마스크를 착용해 간호법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D간호사는 “간호부에서 준법투쟁과 관련한 행동 지침을 주지 않으면서 병원 눈치를 보는 것 같은 제스처만 취하고 있다”며 “일반 간호사들이 의견을 모아 간호부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조만간 프로토콜을 마련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D간호사는 “우리라도 움직여야겠다는 마음으로 민트 마스크를 구매해 일하면서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간호 관리자들이 경영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경기도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C간호사는 “병원 분위기가 보수적이어서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신고하는 것 외에는 준법투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다. 간호사들 사이에선 해고당할 수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며 “간호부 위에 병원 경영진이 있는 만큼 관리자들도 쉽사리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간협은 현장 간호사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협 관계자는 “간호 관리자를 병원장이 임명하는 만큼 간호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간호사들이 사직할 각오를 하며 준법투쟁에 나서는 병원들도 있다”며 “현장 간호사들의 우려를 파악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여러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종합병원·병원·의원 소속 간호사들이 가입된 병원간호사회는 투쟁과 관련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