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까지 고려한 강력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벌써부터 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최대집 투쟁위원장에서 시작됐다. 대정부 투쟁 전면에 세우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의료계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의협 집행부가 아닌 대의원회 산하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기 위한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린다.
대의원인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비대위 구성을 위한 임총 개최 동의서를 대의원 62명에게 받아 제출했다. 임총은 재적 대의원의 4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열린다. 현재 재적 대의원은 239명이다.
이에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9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오는 17일 오전 임총을 열어 비대위 구성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의협 집행부에 11일부터 시작하는 총파업 찬반 투표와 오는 17일 오후로 예정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임총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권고문을 보냈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예정대로 총파업 찬반 투표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의협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는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총파업 찬반 투표와 총궐기대회 진행 방식 등을 결정했다. 범대위 운영 규정도 마련했다.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설문조사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했을 때 의료계가 총파업을 진행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고 찬성 혹은 반대로 답하도록 했다. 총파업 찬반 투표는 11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다.
총궐기대회도 예정대로 오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회원들을 상대로 참여 독려에 나설 계획이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11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대의원회 수임사항이 의대 정원 증원 반대이다. 여기에 맞춰 투쟁 로드맵을 수립하고 짧은 시간 내 달성하려면 기존 계획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는 범대위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 고삐를 조이고 있지만 임총에서 새로운 비대위가 구성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임총에서 비대위 구성안이 의결되더라도 위원장을 선출해 실질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까지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임총에서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하면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 선출 방식도 물어서 결정해야 한다”며 “간호법 저지 비대위처럼 위원장을 선출하거나 기존 관례대로 운영위에 일임해서 선출하는 방식을 논의할 것이다. 아무래도 비대위원장 선출까지 일주일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임총에서 비대위가 구성되든 안 되든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운영위가 집행부에 범대위 주최 총궐기대회와 전 회원 상대 총파업 찬반 투표를 임총 이후로 연기해 달라고 권고했다”며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한 것을 보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 의장은 “이필수 회장이 삭발하고 집행부 산하에 비대위를 구성해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했을 때까지 대의원들 반응은 괜찮았다. 하지만 갑자기 (최대집 투쟁위원장 임명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그 의미가 퇴색돼 버린 듯하다”고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최 투쟁위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을 막기 위한 투쟁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최 투쟁위원장은 지난 8일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 의사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총궐기대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최 투쟁위원장은 “의대 정원을 무분별하게 증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이번 투쟁에 참여했고 맡은 일에만 집중할 계획”이라며 “복잡한 당파 싸움에는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 투쟁위원장은 “투쟁 동력은 회원들한테 나온다. 의협 집행부가 아무리 투쟁해야 한다고 해도 등 떠밀려서 나서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하는 순간 의료계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