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대에서 사직한 교수들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한 의대로 이직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으로 의학교육의 부실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방의대 교수 정원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의대 김현주·허정식 교수와 속초의료원 강영준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구팀은 최근 제주대 의과학연구소 학술지인 ‘Journal of Medicine and Life Science’에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최근 의대 정원 증원에 따라 강의실, 실습실, 임상교육병원 등과 같은 의학교육 자원과 교수 정원 확보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료 환경의 변화, 일과 가정의 조화를 중시하는 경향의 증가, 타 지역의 대규모 병원 증축 등으로 의대 교수들이 사직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교수의 사직과 사직 이후 근무 현황을 분석해 교수 사직의 원인을 파악했다.
연구팀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제주의대에서 사직한 66명 중 정년과 사망을 제외한 54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타 대학 혹은 대학병원으로 이직한 교수 중 65.5%가 수도권 지역 의대로 이직했다.
구체적으로 54명 중 3명은 기초의학, 51명은 임상의학 교수였으며 이 중 51.8%인 28명이 타 대학 혹은 대학병원으로 이직했다. 반면 8명(14.8%)은 종합병원으로, 15명(27.8%)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직하거나 혹은 개원했다. 그 외 기타 3명(5.6%)도 있었다.
타 대학병원으로 이직한 28명 중 65.5%를 차지하는 18명은 수도권의 타 대학병원으로 이직했으며, 10명은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으로 옮겼으나 제주 지역은 없었다.
이직한 이들 중 37.0%인 20명의 경우 제주의대 근속 기간이 3년 미만이었으며, 14명(26.0%)은 3년에서 5년 사이, 11명(20.0%)는 5년에서 10년 사이였다. 10년을 초과한 경우는 9명(17.0%)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지방의대의 경우 교원을 확보하기 위한 임금 현실화, 근무 환경 개선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연구팀은 “교수 사직의 원인은 삶과 일의 균형이라는 의식의 변화와 임상교수의 경우 병원에서 당직과 성과급과 관련된 진료 업무량의 증가로 학생 교육과 연구에 시간 할당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개원의와 임금 격차가 커지고, 대학병원 내에서도 진료 행위에 따른 성과급 등 임금 격차가 있어 진료에 매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의학교육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는 교수 정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지방의대의 경우 교수의 근무 환경 개선, 임금 현실화, 교육에 대한 시간 할당, 수도권·대도시 지역 대학병원의 증축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