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이 빠진 여의정협의체 출범을 알렸지만, 여권 내에서조차 전공의 참여 없이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더 이상 당리당략에 따라 민생을 재단할 게 아니라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로 민생안정 열차에 동참해 달라”며 "체면을 따지거나 여야를 가릴 때가 아니다. 국민 생명을 지키고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야당 참여를 촉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도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는 말은 지난달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그 첫걸음이 민주당이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여당이 지속적으로 민주당 참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여권 내에서는 민주당 참여 여부보다 전공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공의 없이는 여야의정협의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은 5일 오전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지금 구성으로는 아무런 성과를 못 얻을 것”이라며 “의료대란 근본 원인은 의대생 휴학과 전공의 사직이다. 이 두 그룹이 협의체에 들어와야 하는데 들어올 마음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만약 이 두 단체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사실 야당은 (참여 여부가) 관계없다”면서 “이 두 단체와 정부가 협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빠진다면 거기(협의체)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검토만이 의정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시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타협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내년에 1학년 7,500명을 교육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검토하자는) 주장을 올해 100번 넘게 했지만 현재 입시가 진행되고 있다”며 “해결 방법은 지금 진행되는 수시는 할 수 없더라도 정시 인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타협하는 방안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지금 제일 문제는 1학년이 7,500명이 된다는 것”이라며 “지금 아무런 교육시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3,000명에서 7,500명으로 늘어나면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만약에 이번에 1,500명 증원했는데 교육 여건이 안 되고, 실력이 부족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6년 뒤 의사 국가고시에서 떨어진다면 의사가 줄게 된다. 도대체 사회적인 혼란과 비용을 쓰면서 (왜) 이런 일(의대 정원 증원)을 했는지 회의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료계 단체 ‘얼굴마담’ 하다 나오는 결과 우려”
이미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도 전공의 참여 없이는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막말 논란 등으로 취임 반 년 만에 불신임(탄핵) 위기에 처한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으로 인한 의료계 내홍도 민주당이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지난 4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가장 중요한 단위는 전공의다. 전공의들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등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달라는 것인데 정부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커튼 뒤에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막상 공식적으로는 굉장히 강경한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가장 핵심인 전공의가 빠지고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탄핵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의정협의체를 꾸리더라도 여기서 나온 결정들이 어느 정도 실행력과 집행력을 가질지, 이에 대해 얼마나 여론이 같이 붙어줄 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의료계 '얼굴마담' 역할만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의협이나 전공의를 제외한 의료계 단체들이 여야의정이든 여의정이든 협의체에 들어가기 전에 보장 받아야 할 게 있다”며 “예를 들어 (협의체 내) 의사결정 시 표결로서 집행하고 실행하겠다는 것을 보장받지 못한 채 (협의체에) 들어간다면 정부나 여당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소위 ‘얼굴마담’만 하고 나오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의협 임 회장 탄핵과 전공의들이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있는지,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갖고 있는지, 또 정부가 의제를 어디까지 열 것인지, 무엇까지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인지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한편,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이 불참할 경우 여당과 의료계, 정부만으로 구성된 여의정협의체를 오는 11일 출범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빠진 여의정협의체에 의료계에서는 의학회와 KAMC가 참여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불참을 했다.